민자 사업'은 '외국인 투자자 이윤보장 사업'인가?
지하철 9호선 개통 미뤄지는 진짜 이유
2009.07.02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서울 지하철 9호선의 개통이 또 연기되었다. 원래 5월에 개통 예정이었던 것이 6월 초로 미뤄지더니, 다시 7월로 미뤄지면서 벌써 두 번째 연기되고 있다. 역무자동화 시스템 등에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요금 문제를 비롯한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 간의 마찰이 실질적 원인이자 향후에도 지속적인 논란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9호선노선도(출처:서울시메트로9호선 홈페이지) 민자 건설기성액 증가 추이(출처 : 통계청)
민간에 맡기면 효율적이라는 오해
지하철 9호선은 국내 최초로 민간자본이 건설하고 운영하는 지하철이다. 2005년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과 지하철 9호선 건설 협약을 맺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차량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이 25퍼센트, 세계적 투자회사인 맥쿼리의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회사가 24.5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그 외 현대건설, 쌍용건설, 대우엔지니어링, 신한은행, 기업은행, 동부화재 등 15개 회사가 모여서 만들어졌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서울시를 대신해서 지하철 9호선을 건설한 후 그 대가로 향후 30년 간 관리 운영하는 권리를 얻게 된다.
민자사업은 국가나 지자체가 자본이 없을 때, 민간자본을 이용하는 사업이라고 알려졌다. 대신에 민간자본에게 운영권을 제공하여 임대료나 운영 수입 등으로 보상해주고 그 이후에 다시 국가(지자체)가 넘겨받는 구조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당장의 건설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할 수 있고,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거로 작은 정부를 주창했던 신자유주의와 도입과 함께 급격히 확산된 것이다. 2008년만 보아도 이미 집행된 민자건설 규모는 7조6000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된 국가재정 규모와 비교하면 무려 30퍼센트 가까이에 이른다.
부풀려진 교통수요로 인한 재정부담 증가
하지만 실제 민자사업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총 건설비는 3조 5000억 원인데, 이 중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부담하는 비용은 5485억 원으로 16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3조 원 가까이는 여전히 서울시와 국가의 재정으로 충당되었다. 투입된 자본 비율만 놓고 보아도 정부(지자체) 재정부담 해소라고 부르기에는 석연치 않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민자 사업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협약으로 보장하고 있다. 세후 실질수익률을 8.9퍼센트로 한다고 적시한 것이다. 이는 세전 수익률로 따지면 10퍼센트를 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최대 7퍼센트 정도임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민자 사업자인 사적 기업의 경영활동에 어떻게 이윤이 '보장'될 수 있단 말인가. 간단하다. 수익이 안나면 정부가 세금을 주어서 손실분을 보전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개통 후 5년 동안은 예상 운임수입의 90퍼센트를, 6년에서 10년 동안은 80퍼센트를, 11년에서 15년은 70퍼센트를 보장해주는 협약을 서울시와 민자사업자 사이에 한 것이다. 건설비의 16퍼센트만 내면 예상수입의 90퍼센트를 보장해주겠다니,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이 어디 또 있을까? 이 정도면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상황이다.
또한 예상 운임수입의 근거가 되는 교통수요측정이 굉장히 부풀려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와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올해 교통수요를 16만 명으로 추정하고, 내년에는 19만 명, 2011년에는 22만 명, 2015년에는 2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잡고 예상 수입을 책정했다. 하지만 현재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주5일제 정착 등으로 일평균 교통수요는 정체 상태이다. 도대체 9호선은 어떻게 매년 이용량이 늘어날 수 있단 말인가.
이처럼 과도한 교통수요 책정으로 인한 재정부담은 이미 많은 민자사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민간사업자에게 건설을 맡기면서 2008년 기준 매일 23만 명이 철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고작 예상치의 7.3퍼센트에 불과한 1만 7000명밖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 예상치의 70퍼센트도 아니고 7퍼센트라니. 오차 범위가 90퍼센트가 넘는 예측조사를 한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한 수익에 큰 차질이 생겼다. 결국 애초 협약대로 정부가 예상 운임수입의 90퍼센트를 보장해주기 위해 2007년에 1000억 원, 2008년에 1600억 원을 지급해주더니, 지난 3월 아예 철도공사가 사들이기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요금 인상 할래? 세금 줄래? 어쨌든 서울 시민이 물어내야
게다가 향후 지하철 요금 인상까지 협약에 포함되어 있다. 협약에 따르면 올해 당장 1264원으로 인상할 계획이 있으며, 향후 매년 약 50원 꼴로 요금이 증가한다. 이러다보니 전체적으로 서울시가 매년 보장해주어야 하는 수입 역시 증가해서 2016년에는 1000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지하철 요금 인상이나 서울시의 보장금액 증가는 결국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지하철9호선 협약 내용(출처 : 연합뉴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놀랄 만한 협약내용을 몇 가지 더 꼽자면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역사 내 부대시설을 통한 수익 추정치 4690억 원도 독점한다. 거기에 향후 5년 동안 노인 무임승차객에 따른 운임손실의 50퍼센트와 승객 증가 등으로 추가 필요한 차량 구입비용도 서울시가 대준다. 지하철 파업이 일어나면 서울시가 손실 비용의 80퍼센트를 보장해준다는 약속도 해주었다. 이쯤 되면 민자사업이 경제적이거나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쥐구멍을 찾아야 할 판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을 향한 서울시의 엄청난 '사랑'은 시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다. 하지만 민자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했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공익성을 가진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인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간자본은 그 속성 상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서울시 역시 민간자본의 그런 속성을 믿고 공사를 맡겼다. 그래놓고 이들에게 공익성을 위해 요금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민자사업은 수익성으로 공익성을 추구하겠다는 모순
한편 최근 민자사업은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민간 건설사들이 대형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금융권의 자금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대표적인 건설사들의 건설자금 조달 수단이었는데 올해 3월 금융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부실 악화가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165건, 규모로는 4조 7000억 원에 이른다.
그 결과 건설 지연과 중단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초중등학교 시설 건설 중단이 줄을 잇고 있는데, 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즉각적인 피해로 전해진다. 이 역시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을 불안정성을 가진 시장에 맡겨놓은 결과이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서 공공시설을 건설하겠다는 민자사업은 민영화와 똑같은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다. 민자사업은 감세 등을 추진하는 작은 정부 정책과 기업의 금융시장의 넘치는 자금을 바탕으로 한 금융화 정책과 결합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민간자본에 넘겨주는 삼각편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정책들이 결국에는 공공의 것을 빼앗아 사적 자본에게 넘겨준다는 한 가지 목적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섬뜩하다.
지하철 9선 개통이 시작되고 서울시민이 매년 인상되는 지하철 요금을 꼬박꼬박 물어내는 순간, 그리고 혹시 이용하는 시민이 적어 서울시가 부족분을 시민 세금으로 매년 충당해주는 순간, 24.5퍼센트의 지분을 투자한 호주 금융자본 맥쿼리는 절대 손해 볼 수 없는 수익률을 보장 받으며 주가를 높여가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새사연(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생얼 한국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하철 9호선 개통 미뤄지는 진짜 이유 (0) | 2009/07/02 |
|---|---|
| 사교육비 증가가 경제회복 발목 잡는다 (0) | 2009/06/26 |
| 특수목적회사를 이용한 두산 구조조정의 실체 (0) | 2009/06/22 |
| 억대 연봉 임원님들, 최저임금 230원 아깝나요? (0) | 2009/06/04 |
| 환투기 세력에 불안정한 환율...규칙 바꿔봐 (0) | 2009/06/04 |
[새사연의 생얼 한국 경제]
사교육비 증가가 경제회복 발목 잡는다
교육'산업'에 대한 경제적 접근
2009.06.25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와 24일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잇따라 열어 사교육비 경감과 대입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고 한다.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교과부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느냐"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선 캠프 때 ‘사교육비 절반, 공교육 만족 2배’라는 구호를 들긴 했으나 지금까지 진행해 온 교육정책을 보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 움직임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오린지’ 열풍을 몰고 왔던 영어몰입교육이며 국제중과 자사고 설립, 전국단위 일제고사 실시 등의 정책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질책받은 교과부 장관님은 무척 억울했을 듯 하다.
늘어가는 사교육비, 성장하는 교육산업
어찌됐든 정부가 현 정국에서 교육개혁을 들고 나오는 모습은 우리사회에서 교육비, 특히 사교육비 문제가 차지하는 심각성을 방증한다. 언제가부터 서민경제, 민생경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문으로 교육비가 대두되고 있다.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도 교육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에서 교육서비스업이 차지하는 규모는 6.4퍼센트이며, 55조 5,544억 원에 이른다. 2000년 27조 5,000억 원이었던 것이 7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가계가 51.6퍼센트, 정부가 43.4퍼센트를 부담하고 있다. 정부가 80퍼센트 정도를 부담하고 있는 유럽과 비교해봤을 때 가계의 부담률이 높으며, 사교육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고용에 있어서도 교육서비스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2005년 기준 교육서비스업 종사자는 156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9퍼센트였다. 증가세도 두드러져서 전체 취업자 증가율이 매년 1퍼센트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서비스업 종사자는 2퍼센트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약 100만 명 이상이 공교육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교육산업의 현황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보고서 ‘[한국 교육산업 대해부①] 한국 교육산업의 현주소’를 참고하기 바란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사교육비는 늘어나
이처럼 경기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니 좋아해야 할까? 일자리가 부족한 마당에 교육산업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좋아해야 할까?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느끼듯이 우리나라의 교육산업은 비정상적이고 과도하게 팽창되어 있다. 때문에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사교육비 증가는 가계 소비 감소의 최대 걸림돌이며, 나아가 소비 회복을 통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계청의 ‘2009년 1/4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7만 6,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8퍼센트 감소했고, 지출은 213만 8,000원으로 3.5퍼센트 감소했다. 소득보다 지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어려워진 살림살이만큼 가계가 허리띠를 졸래 매고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비는 전년동기대비 3.9퍼센트가 증가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교육비 지출은 늘어났고, 이를 감당하려고 가계는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소득별 사교육비 지출 양극화는 구매력 약화 초래
소득별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심해지는데, 이는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소비 감소, 구매력 약화 현황을 강화시킨다. 통계청이 전국 가구의 사교육비를 소득계층 5분위별로 파악한 결과 지난해 상위가구인 5분위는 월평균 32만 1,253원을 사교육비용으로 지출했고, 하위가구인 1분위는 4만 6,240원을 지출하여 그 차이가 6.9배에 이른다. 소득 최하위 계층은 교육비 지출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는 소득 감소를 견딜 수 없어서 교육비 지출을 포기한 것으로 구매력이 극도로 떨어졌다는 증거이다.
소득 중위 계층은 교육비 지출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하면서 사교육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는 계층이다. 그런데 교육서비스업은 다른 산업으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한 부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 아이 학원비로 지출한 돈은 학원 선생님의 소득으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라, 한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연관된 다른 제조업을 추동하여 성장하는 것과 같은 파급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전체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적은 교육 분야에 과도하게 지출이 집중된다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진다.
같은 교육산업 종사자 내부의 일자리 양극화 심화
소득 최상위 계층의 경우 가계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지출액 자체는 가장 크게 증가하면서 최고급 교육서비스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교육산업은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는 최상위 계층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교육서비스업 내부의 일자리 양극화라는 새로운 문제가 심화된다.
노동부의 ‘사업체 임금 근로시간 조사’에 의하면 2006년 기준 교육서비스업 분야의 공공부문 일자리 중 21.3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그 규모는 11만 2,393명에 달했다. 또한 다른 어떤 산업보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월평균 급여 차이가 크다. 상용직 월평균 급여는 318만 2,000원인데 반해 임시일용직은 71만 6,000원에 불과하다. 자그마치 4.4배의 차이가 난다. 인기강사와 학습지 교사의 임금 차이를 생각한다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고급 교육산업의 수요자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종사자들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 양극화가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이것이 교육서비스업 내부의 일자리 양극화와 결합되면서 다시 소득 격차를 벌리는 상황이다. 교육서비스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 교육은 가계 경제와 국민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큰 ‘산업’이 되었다. 향후 교육 분야에서 진보적 대안을 만들 때, 산업으로서의 교육이 차지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책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새사연(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생얼 한국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하철 9호선 개통 미뤄지는 진짜 이유 (0) | 2009/07/02 |
|---|---|
| 사교육비 증가가 경제회복 발목 잡는다 (0) | 2009/06/26 |
| 특수목적회사를 이용한 두산 구조조정의 실체 (0) | 2009/06/22 |
| 억대 연봉 임원님들, 최저임금 230원 아깝나요? (0) | 2009/06/04 |
| 환투기 세력에 불안정한 환율...규칙 바꿔봐 (0) | 2009/06/04 |


